우리가 흔히 접하는 공포 영화는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이나,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무서운 장면들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아리 애스터 감독이 보여주는 미드소마는 이런 공포영화의 아이디어를 뒤집습니다. 영화 관객들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북유럽 시골의 그림 같은 풍경 속에 방심하고 있다가 대낮에 펼쳐지는 오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밤과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장면이 상반되는 밝은 대낮에 펼쳐지는 것은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 이유 중 하나일 뿐입니다. 아직 이 영화를 안 봤다면 봐야 할 이유와 영화를 이미 봤다면 어떤 요소를 고려하여 다시 보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줄거리
미드소마는 공포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점프 스케어나 현대 공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무서운 장면이 주를 이루지 않습니다. 그보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줄거리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한 마을 집단의 비교되는 상황을 연출함과 동시에 궁금증 가득한 이야기들로 관객들을 매료시킵니다. 미드소마 줄거리의 핵심은 슬픔, 트라우마, 소속감입니다. 플로렌스 퓨가 연기한 다니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남자 친구에서 떨어지는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남자 친구 및 그의 친구들과 함께 스웨덴으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고립된 시골 마을에서 환영받는 문화적 경험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악몽으로 변하게 됩니다. 미드소마의 강점은 등장인물처럼 관객이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드는 능력에 있습니다. 영화 속 아름다운 배경이 눈앞에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숨 막히게 만드는 스토리는 이 영화의 정점입니다. 이 영화는 슬픔과 트라우마, 소속감이라는 주제에 대해 탐구하며, 사람에 따라 독특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다소 느린 전개는 빠른 속도감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느린 전개 뒤 찾아오는 충격적인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줍니다.
비주얼
미드소마를 볼 때 눈여겨 봐야 하는 부분 중 하나는 시각적 구성입니다. 공포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어두운 배경이 주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과는 달리 미소마는 스웨덴 시골의 밝고 햇빛이 잘 드는 들판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런 밝은 환경과 대비되는 끔찍한 사건들은 밝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영화는 생동감 넘치는 색상을 사용하고, 특히 흰 옷과 활짝 핀 꽃을 강조하여 고요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을 주는 미학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무서운 진실은 고립된 마을에서 이어져오는 종교가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해 줍니다. 영화 속 모든 프레임을 자세히 살펴보면 배경이나 건물 등 모두에 상징적 요소들이 숨겨져 있을 정도로 세심하게 제작되었습니다. 촬영감독인 파웰 포고젤스키는 방향감각 상실과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빛과 프레임을 능숙하게 사용합니다. 특정 시퀀스, 특히 환각 장면의 초현실적 특성은 주인공의 불안함 심리를 대변하는 것과 같습니다. 영화 속 장면들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일부 관객들은 공포영화인 것을 모르고 관람을 시도했다가 충격을 먹기도 했습니다. 이런 아름다움과 무서움이 공존하는 미드소마의 시각적 구성을 눈여겨보시면 좋겠습니다.
매력
미드소마는 줄거리와 비주얼적인 부분 이외에도 다양한 매력을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매력은 인간의 고립입니다. 정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컬트의 일부가 되기까지의 다니의 여정은 영화의 핵심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녀의 남자 친구의 차갑고 무관심한 성격과 마을 커뮤니티의 압도적인 포용을 나란히 배치한 것은 다니의 내부 투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한 고립이라는 측면의 주제를 매력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미드소마는 전통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호르가족이 행하는 의식은 외부인이 보기에는 굉장히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의식은 공동체의 신앙 체계에 깊이 뿌리박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희생이 요구되는 경우에도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사람들이 기꺼이 노력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생각해 볼 것들이 많이 떠오를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미드소마는 단순한 공포 영화 그 이상의 영화입니다. 느린 전개 뒤 찾아오는 충격적인 줄거리, 시각적으로 아름답지만 무서운 영상, 생각을 자극하는 매력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는 영화는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누군가는 고립을, 누군가는 종교의식을, 또 누군가는 윤회를 생각하며 이 영화를 곱씹어볼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든 미드소마가 주는 경험을 온전히 얻어가시면 좋겠습니다.